그분들은 낯이 익은 분들이셨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꼭 몇 개월에 한번씩은 회사를 찾아 오셨고, 이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갔다. 이사님께서는 그냥 도움을 주었던 학생이라고 하시길래 더 생각해 보지는 않은 채 그런가 보다 했다.

그분들은 늘 뭔가를 가지고 오셨다. 구름이 잔뜩끼어서 장마의 시작을 알렸던 그때(지난 화요일?? 06월 24일)에도 한 손에는 책 한권과 말레이시아의 유명한 커피를 드시고, 다른 한손에 우산을 들고 이사님을 찾아 오셨다. 막 점심을 먹으러 내려 가려던 참에 전화로 방문을 알리셔서 점심을 연기하고 사무실에 그렇게 앉아 있었다.

벨이 울리고 안으로 모시니 그분들이었다. 너무도 신사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는 아버님과 이사님께서 자주 이야기를 해 주셨던 "정민"이라는 학생 이었다.

"이사님은 안 계신가 보네요?"

"네... 지금 이사님은 아래층 사무실에 계세요.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하시더라구요. 일단 앉으세요. 뭐라도 드릴까요?"

늘 이사님만 뵙고 가셨던 분들이시라 처음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매우 어색해 하신다. "정민"... 이사님께서 HELP ADP 심리학과를 통해 미국 대학에 편입학이 된 학생이라고 하셨기에 본능적으로 수첩을 펴고 펜을 잡았다.

"이번에 따님이 미국의 University of Minnesota 심리학과로 편입학이 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정말 축하 드립니다."

"허허... 고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나요?" 아버님이 놀란듯이 물어 보신다.

"이사님께도 자주 이야기를 들었고, 지난번 HELP에 출장 갔을때 담당자가 그러더라구요. 공부 잘 하시는 따님을 두셔서 너무 좋으시겠네요." 

"허허... 저희가 뭐 한게 있나요. 하나님께서 길을 인도 하시는 걸요."

"그래도 따님께서 잘 하신 부분이 있으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네요. 축하 드려요~"

정민 학생은 놀라면서도 얼굴에 함박 웃음이 가득하다. 이제 분위기도 화기애애 하니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실은 이쪽에서 일을 하면서 편입학에 성공한 사례들을 모으는 중이예요. 이사님과 식사 하기 전에 인터뷰를 해도 될까요? 인터뷰 내용은 유학을 가시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그럼요~ 궁금한거 있으면 뭐든지 물어 보세요."

아버님께서 아주 흔쾌하게 허락을 하시고, 정민 학생도 눈망울이 빛난다.

"말레이시아에 어떻게 가시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지금으로 부터 5년 전이네요. 딸이 고등학교 1학년때 였는데, 마침 선교일을 하시는 분이 말레이시아에 계셨고, 딸이 몸도 조금 안 좋았는지라 1년간 휴양도 하면서 영어도 배워 보라고 말레이시아를 보냈어요. 강요를 한 것은 아니었고, 한 번 해 볼래 라고 물어 봤더니 공부 욕심이 있었던 지라 가겠다고 하더군요. 저 또한 장시간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차였구요."

"그렇다면 조기 유학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시작을 하셨네요."

"네. 그렇죠. 현지 한국인 소개로 홈스테이에 보냈는데, 애초 말했던 금액보다 매월 얼마의 금액을 더 요구 하더라구요. 이것 부터 시작해서 전화가 오면 울기도 많이 하고 해서 속을 태우고 있었는데, 마침 이사님께서 말레이시아를 들어 간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딸아이의 일을 부탁을 했었고, 이사님이 말레이시아에 들어간 이후 하라는 대로 해서 그것이 기회가 맞아 떨어진것 같아요. 미국 대학에 편입학이 되었다는 사실은 저희가 상상하지도 못했구요."

"당시 이사님께서 홈스테이의 주인과는 다른 의견을 내셨어요. 홈스테이에 한국 학생들이 많았는데, 한국 학생들과 하면 어려움이 많을 테니 기숙 학교로 보내자는 것이었죠. 마침 해당 학교가 기숙 학교라서 딸의 교육에도 좋을 것 같았고, 실제로 들어가서 홍콩 친구와 친하게 지내면서 언어도 습득하고, 학교에도 적응했던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 홈스테이를 했던 한국인 학생들은 모두 실패해서 한국으로 돌아왔죠."

"학교에서는 70세 정도 되시는 선생님께서 손녀 딸 처럼 딸 아이를 끔찍히 돌봐 주셨어요. 이번에 Minnesoto로 갈때의 Essay 지도도 그 선생님이 해 주셨구요. 미국 대학의 입학은 Essay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햐... 정말 어디서든 인연이라는 것은 있는가 보다... 한국에서의 인연과 말레이시아의 인연이 잘 맞아 떨어진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인연도 본인이 잘 해야 올 수 있는 것이겠지... 눈을 빛내며 "기적"이라는 말을 연신 하시는 아버님의 말을 듣고 있는 "정민"학생에게 질문을 돌렸다.

"고등학교 1학년 부터 하셨다면 O Level까지 공부를 하셨겠네요?"

"네~~~ "

ㅎㅎ 씩씩하고 쾌할하다고 해야 하나. 심리학을 전공 해서 그런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 불꽃: O Level은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이다. O Level 이후에는 전공에 따라 예비 대학 과정(A Level, Foundation, Diploma)을 들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기존 3년제의 학위가 아닌 ADP와 같이 4년으로 운영되는 학위 과정으로는 O Level 성적으로 1학년으로 입학이 가능하다.

"조기 유학 하시면서 제일 어려웠던게 무엇이었나요?"

"가족 보고 싶을때요~ 전화 할때 마다 울었던것 같아요. ㅎㅎ"

"음식이나 친구, 수업의 문제는 없었어요?"

"음식은 너무 잘 먹었어요. ㅋㅋ 기숙사 사감이 너는 왜 두번 퍼가냐고 말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하... 그리고, 처음에 수업에 들어 갔을 때는 어학원에서 3개월만 하고 들어갔던 지라 따라 가지를 못하겠더라구요. 당시 한국 학생들이 10명 정도 학교를 다녔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다툼 끝에 절교를 했어요. 그때 부터 외국 학생들과 친해지려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부터 친구가 되었고, 외국 친구들과 친하게 된 이후 수업에도 큰 문제가 없었어요."

"당시 학교의 편성은 어땟나요?"

"그때는 제가 개인지도를 안 했던지라 공부를 그리 잘 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학교에서는 시험 성적이 좋은 반과 상대적으로 낮은 반을 나누어서 공부를 시켰는데, 저는 성적이 좋은 반에서는 힘들었고, 낮은 반에서는 2등 정도 였어요. 이후 부모님에 말레이시아로 06개월 정도 오셨었는데 그때 부터 개인지도를 받고 성적은 중위권을 유지 했어요."

"O Level 성적을 물어 봐도 될까요?" 

"잘 하지 못해서 아무한테도 말한 적이 없는데... ㅎㅎ 생물은 AB, 영어는 C, 수학 C, 경제는 C를 맞았어요."

부끄러워 하시면서도 성적을 모두 말해 주신다.

"고등학교때는 잘 하지는 못했는데 HELP의 ADP 심리학으로 입학 해서는 잘 했어요. 입학전에 아버지와 약속을 했었거든요. 남자친구도 안 만나고 술도 안마시고 1녀간 열심히 공부만 하겠다고 했죠. 그래서 성적은 대부분 AB 정도로 맞았어요. 첫 학기 CGPA가 3.56(4.0 만점) 이었고, 이 성적으로 Minnesota를 편입학 했죠. 이후 편입이 결정되고는 공부를 조금 게을리 해서 학점이 약간 낮아졌어요."

"햐... 고생 많으셨네요. HELP의 심리학은 말레이시아 최고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데 어떠셨어요?"

"당시 ADP 심리학 1학년에 한국인은 3명이 있었어요. 총 학생수는 80명~100명 정도 였구요. 교수님들의 실력을 정말 뛰어나요. 대부분이 모두 해외 명문 대학을 졸업하셨고, 그중에는 하버드나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을 졸업하신 분도 계셨어요. 강의 방식은 일반 강의 + 소규모 강의 + 프로젝트 + 과제가 있고, 퀴즈가 2주에 한번 나가요. 이와 함게 출석률도 성적에 반영 되구요."

"다른 친구들은 어땠나요? 수업은 잘 따라 오던가요?"

"모두 잘 해요.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모두 잘 했어요. 한국 친구들도 잘 했구요. 성적은 중간이 거의 없고 AB 아니면 D나 Fail로 분포되구요. 하루 강의가 4시간 정도 있는데, 쉬는 시간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던것 같아요. 처음에는 수업 자체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2학기가 지나니까 요령도 생기고, 그때부터는 여유롭게 공부를 했어요."

"시험은 정말 힘들고(빡세다는 말씀을 쓰셨음), 첫 학기에는 새벽 2시까지 숙제를 했던 것 같아요. 숙제가 너무 많아서 하다 보면 노트북 앞에서 잠들고 일어나서 학교를 갔었죠."

컥... 역시 말레이시아 최고의 심리학과 답다... 

"성적은 과제, 퀴즈, 시험, 출석, 발표 모든 부분을 감안하는데 두루두루 잘 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어요. 처음에는 이런 시스템이 힘든데 2달 정도만 하면 시스템 돌아 가는 것을 알게 되요. 그래서 첫 학기에는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고 이후에는 요령이 생기고 성적도 좋아지죠."

"대학들어가서 놀거나 하지는 않으셨어요?"

"정말~~ 한국학생들은 대학 들어가면 놀잖아요. 저희는 대학 들어가면 놀 시간이 없어요. 너무 바빴어요."

어느정도의 이야기를 끝내고 이사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자리를 바꾸었다. 점심 식사를 같이 하도록 안내해 드렸는데, 이사님을 직접 뵈시더니 다시금 분위기가 좋아진다. 식사를 하시는 내내 그렇게 기분 좋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인것 같았다. 이제 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 과정도 중요하지만 좋은 결과와 함께 와야 되는 것. 서로 알고 있던 것들을 다시금 되 새기며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중간에 아버님께서 "심리학을 하면서도 저러니..."라고 말씀 하는 부분에서는 어찌나 웃었던지...

돌아 가시기 전에 후배 한국인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 드렸더니 "열심히 하다보면 성적이 나온다"며 짧게 대답해 주신다. 그리고 오늘 막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물었더니 아래와 같이 덧붙혀 주셨다.

"제가 한게 없고, 정말로 그런 말을 할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다만, 기도 하시고, 그저 열심히 공부 하시라고 전해 드리고 싶네요."

정민 학생은 08월 중순에 미국으로 출국을 하신다.

앞으로 미국에서도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소식 전해 오기를 기대해 본다.